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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한다에 스스로 속고 있었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 일을 잘한다는 것 >에 관한 글을 두 편 발행했고 공감해주시는 분들도 꽤 만났습니다. 평소에 저는 나름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의미는 막연히 제가 이 분야에서 나름 전문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게 했었죠.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다른 관점으로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일을 잘한다는 말을 꽤 많이 들었는데 시기별로 쪼개어 생각해 보니 사회생활 초반에는 그냥 뭐랄까, 어른이 아이가 무엇을 해냈을 때 "아~! 너무 잘하네, 대단해~!"라고 말해주는 그런 느낌(?)의 일을 잘한다라는 뉘앙스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졌을 때 주위 사람들이 저보고 일을 잘한다라고 했을 때는 중고등학생이 밤새 열심히 공부하면서 노력했을 때 "아, 열심히 했구나, 칭찬해."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것'. 잘.

일을 잘한다. =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한다.

일을 잘한다 = 일을 많이 한다.

일을 잘한다 = 여러 가지 일을 할 줄 안다.

 

관련 글은 아래 링크에서 좀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

'잘한다'의 차이 | "퇴사하겠습니다." "난 OO 씨가 필요해. 퇴사는 안돼." '잘한다'의 의미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집안 살림이 어려워졌다. 건축업을 하시던 아버지가 IMF를 맞아 일어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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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일도 할 줄 알게 되고 누가 무엇을 물어봐도 어떤 제품을 팔게 되고 나 스스로가 생각해도 꽤 잘 알고 있고 대처를 잘하며 매출 성과도 잘 내고 있다고 생각했을 즈음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능력을 인정해 준다고 했던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인정해 줬었지?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안정이였고,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저의 본래의 목표는 열심히 일해서 능력을 인정받고 그만큼의 대우도 받자였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그리고 그걸 깨닫는 순간 모든 것이 부질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태 내가 안쓰럽게 보던 모든 대표들도 사실은 저보다 훨씬 윤택한 삶을 살고 있었고 더 나은 생활을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생각해 준 거지?'

 

일을 배우러 회사를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고 다양한 목적에서 직장생활들을 하겠지만 저는 직장생활 내내 사수한 번 없었던 케이스에 스스로 자비를 들여서라도 궁금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했던 스타일였고 그것으로 인한 업무성과를 능력으로 인정받는 다는 것은 결국 연봉을 위함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성과는 인정하나 제 급여의 마지노선이 정해져 있다는 것에 강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일을 잘한다, 인정한다, 네가 필요하다라는 말을 제 스스로 그래서 난 전문인이고, 그만큼의 능력을 급여로써 인정받을 수 있을거야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제 자신이 어느 순간 우스웠습니다. 왜 사람들이 알아줄만한 큰 회사들을 그렇게 들어가려고 했는지 이제야 좀 이해하게 됐습니다. 연봉 1억 이상의 A라는 사람이 일을 못해서 저를 뽑았다는데도, 그 사람보다 제가 성과 인정을 받아도 저는 그 연봉으로는 갈 수 없다는 걸 이제서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나마 괜찮은 대학을 졸업했거나 알아주는 브랜드나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

 

그러고 보면 못 먹는 술을 마시고 구토를 하고도 회사에 들어가 잔업을 하고 제가 소싱한 제품으로 마진을 많이 남기고 0원에서 몇 천, 몇 십억의 매출을 내도 직급도 상관없이 저는 그저  '중소기업의 여직원'이었던 느낌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회사에 들어가 팀장급 상사에게 지금 삶에 만족하는지, 그정도의 능령이면 얼마를 버는지 물어본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게 과연 그 정도인지, 그렇게 살기를 원하는지를 생각해 본다고 합니다. 

 

"일을 잘한다, 능력이 좋다, 네가 꼭 필요하다."

 

열심히 일했고, 성과를 냈으면 당연히 저런 소리가 너무 달콤하게 들릴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일.을 잘.한다는 것'

사장과 직원 사이 | "퇴사하겠습니다." "난 OO 씨가 필요해. 퇴사는 안돼." 처음에 썼던 이 대화는 내가 20년 동안 회사를 퇴사할 때마다 들었던 말이다. 할 줄 아는 게 점점 늘어난다. 온라인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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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제 직장생활을 돌아보며 저 스스로 '나는 그냥 단순한 일에 미쳐있었구나'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근본적인 것은 보지 못하고 당시의 업무 성과와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수단, 방법들만 생각하면서 그렇게 20년을 보냈구나 싶어 아쉬움이 한가득입니다.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관심 있는 것에 대해 한번이라도 시도하거나 노력해 본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니 지나간 시간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 지금 제 주위의 회사생활을 하는 지인들 거의 대부분이 월급 때문에 1년만, 3년만, 결혼할때까지만, 임신할때까지만, 다른 회사 정할때까지만, 내일채움공제 만기까지만 하면서 퇴사하고 싶다면서도 억지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퇴근 후나 주말에 관심 있는 것에 대해 배우거나 알아보라고 얘기하면 "맞아, 해야 하는데,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하고 싶은데 너무 피곤해.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오늘은 일찍 자야지."라며 어제와 똑같은 일상을 몇 년째, 몇십 년째 반복하는지 모릅니다. 

 

직장생활 자체가 문제라는 게 아닙니다. 내가 나아갈 방향을 정확히 정한 후에 직장생활을 하던 프리랜서를 하던 그에 맞는 스케줄로 인생을 살아가자는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어떤가요? 

"00 씨, 일 잘하네, 능력 있어."에 만족하며 그 안에 갇혀있진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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